
글쓴이, 비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¹
이 씨발.
죽여주는 교양
박병찬, 성준수의 이야기
준수는 준향대학교에 합격했다. 합격 소식을 확인하던 날 지상고등학교 농구부 숙소는 온종일 침묵이었다. 합격 소식을 확인하고 준수가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땐, 다들 궁금해 죽겠다는 눈으로 성준수를 바라봤다. 심지어 재유마저도. 준수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한 마디 뱉었다. 나 합격했다. 그 순간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환호하는 부원들을 보며, 준수는 간만에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합격한 건 난데 왜 너희가 울어.
일단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감격해 현실을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수강 신청을 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나갈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다 낯선 얼굴들뿐이라 오리엔테이션에서 병찬을 만났을 땐 묘하게 안정감이 들었다. 그래도 이 대학에서 아는 사람 하나는 있겠구나 싶어서. 대학 뭐 별거 있나? 이제 아는 사람도 있고, 적당히 수업 들어가면서 농구하면 되겠지. 성준수는 안일했다.
준향대학교도 여느 대학처럼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양필수 과목이 있다. 영어, 한국사, 글쓰기 등 다른 학교보다 유난히 들어야 하는 필수교양이 많은데, 그중에서 다들 미루다가 마지못해 이수하는 과목이 하나 있다. 바로 ACT. 그래, 그 액트가 맞다. 연기? 배우들이 하는 그 연기를 하는 수업이냐고? 진짜 그 연기가 맞다. 액트란 'Action, Communication, Teamwork'의 약자로, 학생들의 소통 능력을 기르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과목이다. (과연?) 학기 초에 팀원들을 임의로 정해주면, 그 팀원들과 동고동락하며 강의를 듣고 학기 말에는 팀별로 짧은 연극 한 편을 만들어 공연해야 한다. 최대한 계절학기에 이수하라고 하지만, 준수는 여름에는 농구해야 하고 겨울에도 농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쇠뿔도 단김에 빼자는 생각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피하지 못할 바에야 즐기…는 건 아니고 매도 그냥 먼저 맞자는 심리였다. 아, 씨바 거. 뭣도 모르고 수강 신청을 해 수업에 들어온 준수는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뭐 이딴 과목이 다 있어. 그리고 이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 모두 준수와 같은 마음인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성준수 가라사대 이미 한 일에 후회하지 말자 했다. 체념하고 주변을 바라보는데 병찬이 눈에 띄었다. 병찬도 준수를 발견한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오예, 아는 사람! 준수는 그의 텐션을 감당할 기분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병찬이 한 줄기의 빛 같았다. 이런 수업에 아는 사람 하나 없다가는 정말 말라 죽어 버릴 거 같았으니까. 믿습니다, 박병찬. 준수 옆 의자를 빼 앉은 병찬은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거 무슨 수업인데 그렇게 죽상이야? 주님, 한 놈 더 갑니다.
준수의 설명을 들은 병찬은 준수와 달리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맞다. 이 사람 외향인이지. 준수는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조원이라도 잘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편이 나을 거 같았다. 졸업반이랑 조가 되는 순간 버스 운전은 내가 해야 한다. 준수는 손을 모았다.
연극을 하려면 상대방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하니 누구와 함께하는지가 무척 중요했다. 팀원은 수업 첫날 교수님이 무작위로 정해준다고 했으니, 제발 괜찮은 구성이 걸리기를 바랐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어쩌다 보니 연기 과목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와 같이 듣게 됐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은 바라지도 않았다. 준수의 기도가 생각보다 간절하게 느껴졌는지, 신은 준수의 편을 들어주었다. 다행히도 말이다.
조원은 총 일곱 명. 그중 아는 사람 하나(박병찬), 연극영화학과 셋, 인문대 학생 둘. 이 정도면 선방이다. 준수는 병찬을 일단 앞에 세워두고 회의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들 학점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인 건지 외향인인 건지 조별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어 보였다. 다행이다.
그리고 이 조는 나중에 어벤져스 조가 된다.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미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병찬과 준수도 그들 못잖았기 때문이다. 종종 에브리타임에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물론 일반인들 가지고 뭐하는 거냐는 여론에 금방 관심은 사라졌지만 말이다.
수업 초창기에는 짧은 플롯을 짜는 연습을 한다. 준수는 거기에 소질이 전혀 없었다. 병찬도 마찬가지였다. 뒤로 갈수록 더 긴 이야기를 만들게 되는데, 둘은 영 젬병이었다. 그리고 느꼈다. 아, 이건 조별 과제여서 천만다행이다. 강의 초반에는 영화 포스터나 명화를 보고 무슨 상황을 묘사한 건지 조별로 토의해서 1분 내외로 발표했다. 발표까지는 괜찮았다. 사람 앞에 나서서 쫄 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다음이 문제였다. 학교에 관한 전설을 하나 지어내 2분짜리 동영상을 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플롯은 인문대 학생들과 연극영화학과 학생 하나가, 연기는 연극 영화 학생들과 준수와 병찬이하게 되었다. 병찬은 연기가 제법 체질에 맞는지 낯이 밝아 보였다. 준수는 속이 느끼했지만 그래도 조별 과제 트롤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필사적으로 참여했다. 준수 너는 그래도 얼굴이 다 해서 괜찮아. 그 말을 듣고 기뻐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는 헷갈렸지만.
지금까지 한 이야기만 들어도 조별 과제의 향연이지 않은가. 축하한다. 정확하게 파악했다. 수업 후반으로 가면 5분 정도 홈쇼핑 상황극까지 시킨다. 성준수는 거의 실성 직전이었다. 반면에 병찬은 확연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을 배양분 삼아 피어나는 거다. 준수는 한 치의 의심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한 번은 상황극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분명 아무것도 아닌 거 같은 대사 한 줄을 말하는 건데 너무 민망했다. 수업을 끝내고 병찬에게 "전 이 수업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그럼, 병찬은 웃으며 농구나 하러 가자며 준수의 어깨에 어깨동무하곤 했다. 내 팔자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무섭게 시간이 지나니 점차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하게 됐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딱히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똑같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준수는 철판을 깔고 대사를 하는 경지에 올랐으나, 아직도 이 수업에는 제일 큰 고비가 있었다.
진짜 연극을 준비하는 일. 준수는 기말고사를 제쳐두고 대본을 외우며 생각했다. 이 교양은 미쳤다. 아니, 이걸 시키는 학교가 미친 거다. 중얼중얼 말을 내뱉는 준수의 모습이 무서웠는지 병찬은 하하 웃으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별명이 입시 악귀였다고 했던가? 왜 그런지 알 거 같기도 했다. 병찬을 턱을 괴고 대본을 쳐다보았다.
초보자가 연극 대본을 아예 새로이 쓰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기에, 액트에서는 학생들이 단편 소설을 각색하여 연극을 만들도록 했다. 준수네 팀은 '날개'를 참고했다. 배경을 현대로 바꾸고, 남자의 자폐적인 일상과 무기력한 주인공의 모습은 세부적으로 나누어 각자의 이야기를 다루게 했다. 아무래도 심리소설이다 보니, 연기하는 이들의 경험을 대본에 옮기기로 했다. '완전히 전락해 버린 남자'에 포인트를 두고, 대본을 준비하는 학생은 연기자들에게 각자의 힘들었던 일을 한 장면 장면 보여주고, 마지막에 '날개'에 나오는 독백을 인용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여기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자고 했다. 투표 결과는 만장일치였다.
대본 담당 학생이 각자의 힘들었던 경험과 그때의 감상을 써주면 알아서 연출하는 학생과 틀을 짜보겠다 했다. 이야기를 하나 만들려면 정말로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신경 써야 하는구나. 준수는 머리를 모아 공을 들이는 연출팀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은 나중에 퀭한 모습으로 돌아와 대본 초안을 내밀었고, 배우 역할은 그걸 받아 연습을 시작했다. 준수는 '성준수' 역할을, 병찬은 '박병찬' 역할을. 가장 어려운 게 자신을 연기하는 일이라던데. 준수는 잘 다듬어진 자신의 이야기를 보며 대사를 곱씹었다. 그땐 참 그게 절박했는데. 지금 보니 어리기 짝이 없는 느낌이었다. 병찬은 준수의 이야기를 읽더니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야, 이렇게 자라는 거야. 병찬의 말에 준수는 조금 위로받았다. 준수는 병찬의 부분을 읽었다. 참 단단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빤히 바라보는 준수에 병찬은 제 얼굴에 뭐가 묻었냐 했고 준수는 그렇다고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캐릭터를 구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였으니까.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생각이었는지 뱉어내는 데까지의 결심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 이후에는 연기하는 데 익숙해져서 연습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대본 초안과 최종본이 완전히 달라질 정도로 조원들은 열성적이었고 준수는 자기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 물 흐르듯이 준비된 연극은 어느새 무대 위에 오를 준비가 되었고,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최종 연습을 할 때, 누군가 이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대개 전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팀원 운만 좋다면 성취감도 생기고 할 만하다는 것. 팀플레이든 뭐든 같이 하는 건 같이 하는 사람끼리 소통이 원활해야 잘 된다는 것. 주변 팀들을 보면 같이 만나서 연습해 보지도 않고 연극을 한다는 팀도 있었고, 조원들끼리 크게 다퉈서 문제가 생겼다는 팀도 있었다. 역시 조별 과제는 하지 않는 게 맞다. 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소감이랄 것까지는 없었고 여기도 결국은 팀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는 감상 정도.
다시 액트를 들으라면 절대 듣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이런건 농구로 족하다. 준수는 무대 뒤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다시는 입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지상고등학교 농구부 선수복. 옆에는 조형고등학교의 선수복을 입은 병찬이 있었다. 예전부터 마스코트이다시피 했던 형광색 운동화도. 둘은 눈이 마주쳤다. 병찬은 준수를 보더니 씩 웃었다. 옛날 생각나고 좋네. 그렇지 않냐? 피스트범프라도 하자는 듯이 주먹을 내민 병찬에 준수는 픽 웃어버렸다. 좋겠어요? 입시 한 번 더 하라 그러면 전 그냥 죽으려고요. 준수의 살벌한 말에도 병찬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좋으면서. 준수는 이마를 짚었다. 갑자기 지상고가 그리워졌다. 병찬은 준수를 보며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앞선 배우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흔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누구나 박제되어버린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기. 역시 전공자들은 다르긴 하구나. 준수는 그들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병찬도 옆에서 흥미롭게 팀원을 바라봤다. 이제 병찬의 차례가 된듯 병찬이 심호흡을 했다. 형아의 연기를 보여주마. 엄지를 들어보이며 나가는 것에 준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으나 곧내 미소를 지었다. 병찬은 저런 사람이었다.
(암전 후 무대 위로 올라오는 병찬. 조명이 밝아지자 반갑게 인사하고는 대사를 읊는다.)
병찬 내가 박제된 건 중학교 때부터였습니다.
(한 걸음 무대 앞으로 나가서 담담하게,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병찬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무릎을 좌우로 혹사시키는 슬래셔 성향의 플레이스타일과 혹사, 감독님의 과도한 욕심이 합쳐진 결과 중학교 2학년에 타 중학교와의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해버렸습니다. 게다가 양쪽 다리의 길이도 3cm 차이나는 상태였기에 나는 농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재활 후 나를 적으로 만날 것이 두려웠던 중학교는 박병찬에게 농구부가 없는 학교로 전학을 가서 다시는 농구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냈습니다.
병찬 나는 재활 때문에 1년 유급했습니다. 농구부가 없었던 고등학교로 입학을 하게 됐죠. 이후 성공적으로 재활을 마쳤지만, 농구에 미련이 남더군요. 때마침 조형고등학교에 농구부가 새롭게 생겼고, 그래서 나는 농구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전술한 각서 때문에 선수 등록이 말소되어 대회에 나갈 수 없는 문제가 생겼지만, 감독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죠.
병찬 세 경기 동안 130득점을 쑤셔넣으며 전국 모든 대학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회 직후 무릎에서 다시 문제가 발견되어 1년을 또 유급했어요. 흔히 말하는 고등학생 5학년이 된거죠. 농구를 그만두려 했지만, 준향대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제의 조건은 8강 진출과 경기 시간의 30% 출전.
병찬 나는 다행히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² 내 이야기는 여기서는 끝나지만, 아마 계속 이어질 겁니다.
(병찬, 조금 후련한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간다. 다시 암전.)
뭐야, 왜 저렇게 잘해. 무대 뒤에서 바라보던 준수는 부담감에 탄식을 내뱉었다. 병찬이 무대에서 내려왔다는 건 자기 차례라는 걸 의미했다. 준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를 수는 없지. 이미 시작되었다면 무대로 올라야 한다. 준수는 걸음을 옮겼다. 지상고등학교의 선수복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암전 속에서 준수는 무대에 섰다. 불이 밝혀졌다. 앞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준수를 바라봤다. 준수는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엘리트 코스를 탄탄히 밟고 올라온 유망주였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이 몰리는 고등학교에서 주전으로 뛰기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코치님이 내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권유했다. 나는 이를 수락해 2학년 때 지금 졸업한 학교로 오게 됐다."
"나는 그곳에 섞이려고 노력했지만, 같이 농구를 하던 애들이 전학을 가고, 농구부에 나와 친구만이 남았을 땐 거의 악에 받쳐 있었다."
"대판 싸움이 일어나는건 부지기수. 애새끼들은 생각이 없어서 싫었다. 그런데 이제 감독까지 생초짜인 사람이 들어왔단다. 나는 날개가 없었다. 있는 줄 착각했던 것뿐."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변방으로 밀려난 터라 필사적으로 8강에 진출해서 대학 지원 자격을 얻어야 하는 입장이고, 실력 없는 후배들을 보면 속이 뒤집혔다. 하지만 정작 나는 기복이 심하며 정작 시합에서 제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후배가 나를 퐁당퐁당 슈터 폐하라 부를 정도였다."
"나는 팀을 구하는 슈터가 되고 싶었다. 슈터로서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전에 다니던 고등학교 친구는 '영웅병'이라고 했다. 그때도 그랬다. 나는 슛이 안 되면 돌파도 덩달아 막혀버리는 플레이스타일로 인해 공격이 전반적으로 잘 안 풀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내 슛 실패를 그대로 팁인 덩크로 연결한 후배의 '농구 혼자하면 재미 없는데.' 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는, 드디어 농구부의 주장이 되었다. 이제껏 너무 많은 시행착오와 상처가 있었지만 결국 그 애들과 어울리며 그걸 치유했다."
"그렇게 나는 여기에 오게 되었다. 나는 박제가 되었다 생각했지만, 사실 내 스스로가 나를 가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날개는, 날개인 이유가 있으니까."
암전.
"오예~ 종강이다!"
"드디어……."
후련해보이는 병찬과 눈이 쾡한 준수가 캠퍼스를 같이 걸어나왔다. 누가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했는가. 아무 생각이 없다기 보다는 그저 순수하게 즐거워 보이는 병찬을 보며 준수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어떻게 1학기가 가긴 하네. 이 짓을 7번 정도 더 해야한다니 벌써부터 한숨이 푹푹 나왔다. 그래도 이번 교양은 꽤 괜찮았다. 좋은 팀원을 만나서인 것도 같고, 내 이야기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한 것도 있는 것 같고. 그래, 정정하자. 이번 학기는 꽤나 괜찮았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학점이 잘 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준수는 성적 조회 사이트에 뜬 제 성적을 보며 살짝 정신을 놓았다. 하하하.
모니터에 떠 있는 점수는 B+. A+은 따놓은 당상이라 생각했던과 다른 결과. 하하하. 준수는 키보드 옆을 쾅 내리쳤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딴 교양 다시 들으라고 하면 그냥 자퇴하고 말테다.
참으로 죽여주는 교양이었다.
¹ 윤동주, 서시
² 이상,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