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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망되 사방신 합작 : 글-주작
망각(@MangGak_)

남쪽,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쬐는 평야가 가득한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사시사철 불이 타오르는 산이 있었다. 남부 평야에 사람들에게 이곳은 신성한 곳으로 평소에는 그 출입을 엄격히 금한다. 아니, 정확히는 다가갈 수가 없었다. 열기를 이기고 산을 오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그 산을 올라가는 이가 있었다.

 


“아, 더워.”


─인간아, 덥냐! 냉기 주술 사용한다!


“역시 너는 위대해.”


턱 아래에 묶여있던 삿갓의 끈을 풀던 붉은 머리의 청년은 제 옆에 떠다니는 용에게 말했다. 용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형태가 흔히 알던 것과 달랐으나 스스로가 용이라고 주장하여 청년은 그리 부르고 있었다. 용은 청년의 머릿속에만 울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과연 이번엔 쉽게 만나줄까, 인간아?


“글쎄. 적어도 품은 속성과 달리 감정적이지는 않다고 들었으니까.”


원래가 불은 쉽게 타오르고, 가라앉는 성격을 가졌듯 그 속성의 소유자들은 호전적이고, 다급하며, 타인에게 쉽게 적대감을 가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 만나러 가는 이는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했다.

 

 


“적어도 다른 녀석들에 비해 말이 통하는 상대라고 했는데….”


“그 다른 녀석들이 설마 나와 같은 사방신들은 아니겠죠?”


용에게 설명하는 청년의 말을 끊으며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이 조금은 난감한 듯 웃으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온몸이 붉은빛으로 감싸인 붉은 머리의 여인이 공중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머리카락은 흡사 일렁이는 불꽃 같았으며, 그것은 주변에 붉은 빛 덕분에 더욱 그러했다. 그의 눈매와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당신이죠? 사방신들을 돌아다니면서 협력을 구하러 다닌다는 인간이.”

 

 


역시나 주작. 하늘을 비행하는 모든 새들이 그의 소식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남들보다도 소식이 빨랐으며 무언가를 파악하는 눈치도 빨랐다. 붉은 눈동자가 옆에 있는 검은 용을 살폈다가 금세 눈앞의 인간으로 돌아왔다.

 

 


‘분명히 인간인데.’


인간은 맞았다. 머리색과 눈 색을 보면 자신 대신에 주작이라고 해도 믿을 수준으로 붉었지만 몸이 품은 속성이 그것을 부정했다. 아니다. 부정했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오행을 다 품은, 한 가지 속성의 대표격인 사방신보다도 우위에 존재 같았다.


새싹이 자라듯 솟아나는 나무(木,) 잎과 줄기처럼 퍼져나가는 불(火), 순환을 중재하는 땅(土), 흩어진 것을 한데 모아 주변을 감싸는 날카롭고 강한(金) 바람, 마지막으로 그것을 응집하는 물(水)까지. 그 외로 품은 기운들이 몇 가지 더 있었다.
 

‘이런 인간이 있다니 신기해.’

 


 

오행이라고 불리는 속성을 한 몸에 받아들인 청년이 신기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청년의 옆에 있는 생물. 용이라고 하기에는 그 모습이 달랐으나 현명한 그는 알았다. 이곳에 있어야 할 존재가 아니지만 그 역시도 용이라 불리는 이임을. 
 

‘그리고.’


여인의 눈이 가늘어진다. 오행으로는 분간도 할 수 없는 속성이 그에게서 읽혔다. 그 정체를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 추측이 가능했다. 오행보다도 상위의 속성. 음양에 해당하거나 어쩌면 그보다도 상위의 존재일 수 있었다. 그의 시선이 다시 청년에게로 돌아왔다. 청년은 여인이 자신과 옆에 있는 용을 돌아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기를 기다리는 건가. 만나기만 하면 재물을 달라, 병을 고쳐 달라, 온갖 부탁을 해대는 인간들과는 달랐다. 어쩌면 그랬기에 행운이 함께하는 걸 수도 있었지만.

 


‘재밌네.’


어쩌면 사방신들보다도 상위의 존재일 수도 있는 생물이 비호하는 오행을 품은 인간이라. 재밌었다. 그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주작이 땅에 내려서고 눈앞에 있는 청년을 마주했다. 그제야 청년의 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시고 계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방신분들의 힘을 빌리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지금 대륙 정세를 위협하는 존재들 때문이겠죠?”


“주작께서는 역시 소식통이 빠르시네요.”


“나는 이 세상의 생명을 관리하는 신이에요.”

 

 


주작의 웃음에 청년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생명의 탄생을 담당하는 것이 청룡, 죽음을 담당하는 것이 현무라면 주작은 그들이 살아있는 현재의 생기를 담당했다. 그것이 어딘가로 흘러 고이는 것 정도는 옛적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신은 자신의 영역 외로 함부로 나설 수가 없었다. 때문에 이 때 찾아온 청년과 용은 여인으로서도 귀빈이었다.
 

“나는 타오르는 불꽃의 주인, 세상을 향해 퍼져나가며 세상을 덮는, 그래서 세상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지혜의 상징이며 주술사입니다. 나의 불꽃은 당신의 곁에서 함께 타오를 것입니다.”

 

 


그 말과 함께 여인의 손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새의 형상이 되어 청년의 어깨 위로 날아갔다. 그곳에 앉은 새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청년의 몸에 천천히 흡수되었다. 청년은 제 심장 부근이 잠시 뜨거워졌다가 가라앉는 것을 보며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의 입가가 부드럽게 호선을 그렸다.

 


“당신의 불의 기운도 강해졌을 겁니다. 더불어 생명력에 연관된 그 힘도 강해졌을 거고요.”

 


내 도움이 필요할 땐 불을 강하게 피워 올려요. 평소 간에 연락은 새를 통해서 가능했지만 그것이 힘들 때 자신을 부를 방법을 알려주며 여인은 청년에게 손을 내밀었다. 청년은 그 손을 잡았고 그 위로 눈치 없게 옆에 있는 검은 발이 함께 겹쳐졌다. 둘의 시선이 옆에 있는 용에게로 향했고 순진무구한 용의 말이 튀어나왔다.

 


“이 신수는 말도 통하고 좋은 녀석 같다!”

 


그러자 둘은 동시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둘의 머릿속에서는 다른 신수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동시에 손쉽게 이야기가 끝난 지금의 상황이 겹쳐졌다. 이제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시 움직여야 했다. 아직 갈 길은 멀었으니.

 

 

 

 

 

 

 

 

 

 

 

 

 

 

후기 :

후기 페이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설명도 해야 할 거 같아서 적습니다. 내용의 핵심은 동양 세계관에서 여전히 암이 설치고, 조용히 살고 싶었으나 자꾸 암과 얽히던 케일은 암을 물리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대의 힘의 속성들을 토대로 신수들에게 협력을 하러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중 가장 첫 번째는 사방신들이며, 지금은 주작인 로잘린을 만나러 왔다는 설정입니다. 좀 더 길게 쓰고 싶긴 한데 합작으로 쓰는 거라서 너무 길어도 안 좋을 거 같아서 적당 분량으로 끝냈습니다. 언젠가 2차 창작으로 써보고도 싶네요! 사방신 합작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과 총대님, 그리고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최 및 개떡 편집-푸실

청룡: 퐁,청은 / 백호: 잡초, 람 / 주작: 앙크, 망각 / 현무: 푸실, 아씨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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